이공계 진학하라고 국가 장학금까지 지급하는데…받은 돈 토해내고 의대 가는 영재고 학생들

입력 2016-05-09 18:21  

과학·영재고 졸업생 진학 분석

의대 진학 매년 증가 추세
서울과학고 5명 중 1명꼴
'추천 불가' 방침에도 학부모 고집에 속수무책

빛바랜 이공계 육성책
정부, 연간 8억~30억원 지원
"대학, 특별전형 축소도 과학영재 의대진학 부추겨"



[ 임기훈 기자 ] 국내 2호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는 매년 대학 진학을 상담할 무렵이면 뭉칫돈을 들고 오는 학부모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치·의대에 입학하면 그동안 받은 장학금을 토해내도록 벌칙을 정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장학금을 돌려주는 일이 다반사다. 이 중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해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포함됐다. 기초과학과 공학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고인 영재고가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는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의대 쏠림 현상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9일 교육부에서 받은 ‘최근 3년간 과학고·영재고 진학현황’에 따르면 영재고 졸업생 1500명 중 의학계열에 진학한 학생이 130명(8.7%)에 달했다. 본래 취지에 맞?이공계 진학률은 86.1%이고 나머지 3.6%는 인문·사회계열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졸업생 중 5분의 1(19.4%)이 치·의대에 진학했다. 또 다른 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의 의학계열 진학 비율은 2014학년도 8.4%에서 2016학년도엔 12.6%로 높아졌다. 영재고와 과학고를 합친 의학계열 진학 비율도 매년 상승세다. 2014학년도 3.5%에서 2015, 2016학년도엔 각각 3.6%, 5.5%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각 학교에서는 의대 진학을 막기 위해 ‘극약 처방’까지 내놨다. 서울과학고는 올해 중3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의대 진학 시 추천서 불가’ 방침을 밝혔다. 임규형 서울과학고 교장은 “영재고, 과학고 교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대부분 학생이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의대를 선택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설립 취지 못 살리는 영재고

영재고와 과학고는 이공계 우수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혈세(세금)’도 들어간다. 과학고는 학교당 연간 8억~15억원, 영재고는 20억~30억원을 지원받는다. 영재고 학생들은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받아 각종 장학금까지 포함하면 금전적으로 일반고 대비 다섯 배가량의 혜택을 받는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교육당국도 딱히 손을 쓸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의학계열 진학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학교에 대해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들이 영재고, 과학고 졸업생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A영재고 교장은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의대는 학교장 추천서를 요구하지만 다른 의대는 추천서가 없어도 받아준다”며 “의대에 진학하면 추천서를 안 써주겠다고 으름장을 놔봤자 허사”라고 털어놨다.

이공계를 전공한 수재들이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 역시 의학계열 진학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들이 과학영재를 위한 특별전형을 축소하거나 없애 영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4月 장, 반드시 사둬야 할 新 유망 종목 2선 /3일 무료체험/ ▶ 지금 확인
매일 200여건 씩 업데이트!!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 총집합! 기업분석,산업분석,시장분석리포트 한 번에!!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를 통해서 다양한 투자의견과 투자종목에 대한 컨설팅도 받으세요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